안들려~~
  먼저 전화할까 말까.


언사랑은 언제나 작고 예븐 권력주도권 싸움이 반복됩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정도가 더 하죠.
오래 만난 연인들의 능숙하고 프로페셔널한 직접적인 경쟁은 아니지만,
그런 만큼 서로 더 은밀하고 드러내지 않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전화죠.
소개팅에서 만난 그녀, 그놈이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조존심에 선뜻 전화하기가 꺼려집니다.
조도권을 잡기위해서죠.
그래도 여전히 그녀의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 고민.

"전화먼저 할까 말까"

-작가노트 중에서-



박동수_사랑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5×72.2cm_2008


1참을 수 밖에 없는 키치의 당당함
 

1. 언젠가 그가 전시한다고 전화하면 글을 쓰겠노라고 내심 생각은 하고 있었다. 내가 아는 그는 평소에 작업실에 붙어사는 작업벌레도 아니고 한때 미술 제도권에서 촉망받던 젊은 유망주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로서 그의 작품을 뼈 속까지 훤히 들여다 봐온 제자도 아니다.
그럼에도 언젠가 그의 작품 글에 대한 김치국을 마셨던 까닭은, 그가 현미발모(현시대 미술발전을 위한 모임) 시절에 안양의 어느 시장 바닥 주차장에 적어둔 친절한 인사말을 작품이라고 내놓았을 때부터다.

그렇게 재치있고 친절한 공공미술로 세상을 밝게 해줄 것 같은 미소 풍만하던 청년이 그 후로 ‘미술인 회의’에서 근무를 하다 예술행정 대학원 진학과 공공미술 큐레이터로 근무하면서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던지 평일 낮에 얼굴 보기만큼이나 그의 미소는 보기 힘들어졌다. 그러던 어느날, 갑작스럽게 전시를 한다고 연락이 왔다.

순간 나는 긴장했다. 그 날이 너무 일찍 온 것이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을 일 있나?

그러나 경솔한 반응은 금물, 혹 그가 그동안 말없이 해놓은 작품이 있던지 아님 아이디어라도 저장해 뒀겠지. 그게 아니라면 졸속 전시를 당당하게 펼칠 속물 작가로 등극하면서 '스피드와 순발력'이 작가의 생명이라고 썰을 풀려나! 그것도 아니면 '사랑'에 관한 전시라고 하니, 이태리식 레스토랑 벽에 건 그림은 들러리고이번 전시의 메인인 애인을 소개하면서 인기 연예인처럼 기자회견 같은 리얼한 퍼포먼스라도 벌이려는 건지...
 
내가 이렇듯 남 일을 남일 같이 않게 우려하는 것은 솔직히 글 걱정 때문이었다. 바로 그 순간 작가로부터 글을 부탁하는 전화가 왔다.

 '...안들려~라고 말할까 말까'




박동수_속타는...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6×72.2cm_2008


2.

 '왜 전화 안 해!',
 '우리 100년만 사랑해요',
 '자기야 사랑해, 나도 사랑해',
 '나쁜 새끼, 미워' ...

한 장 한 장 온라인으로 숨가쁘게 날아드는 이미지를 보니 닭살이 소름처럼 돋는다. 뿐만 아니라 닭살로 맞이하던 그의 작품들을 보고 있자니 서서히 중독성과 오기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다음엔 또 어떤 한글이 상형 문자화해서 아크릴 물감(?)을 뒤집어쓰고 사랑을 속삭일까 하고 기다리게 되는 중독성, 그 속에서 연애의 목적이 아닌 수단과 과정을 우리는 지켜보게 된다.

한번은 간접적으로, 한번은 직접적으로, 귀엽기도 하고 진지하기도 하고 짓궂기도 하고 엉큼하기도 한 이 그림들의 정서적 감은 좀처럼 감 잡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사랑의 심리가 아닐까?

그렇다. 사랑하면 똑똑한 사람도 바보가 되고 거만한 사람도 유치하게 되는 마술에 걸리고 만다. 바벨탑을 쌓는 거만한 인간에게 신은 '사랑과 연애'라는 콩깍지를 선사했다. 그 점에서 그의 작품은 사랑의 다큐 시리즈라고 할 만큼 솔직하고 리얼하다.

어쩌면 혼자 생각하고 마음먹은 것이 주위 사람들에게 투명하게 중계되는, 영화 속 주인공인 천재 '사토라레'의 스캔들 기록처럼 감상자들은 키치 상형시인에 의해 선택된 언어의 유치찬란함이 전형적인 부르주아 취향의 전유물인 캔버스에 버젓이 자리 잡음에 당혹스러워 하며 동시에 친근해진다.

그 당혹감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아, 근데 이게 뭐야! 한여름 날의 납량특집도 촛불 소녀들처럼 발랄하게도 하네.'
'서른이 넘은 예술행정가겸 작가라는 이 총각 속에 원더걸스 아님 촛불소녀의 감성이 동거 중이잖아!‘ 라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박동수_우리 자기라고 부를까요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6.8cm_2008


'이것도 그림이야? 캔버스가 운다!'

솔직히 어릴 때부터 '글로 그림을 그려온 작가'치고 선이 세련되거나 성실해 보이지도 않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작가가 준 정보를 참고하자면, 초딩 때부터 고딩 때까지 시험 남들보다 일찍 보고 종칠 때까지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에 시험지 빈자리에 긁적대던 낙서가 어느 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캔버스와 아크릴 이라는 럭셔리 재료로 쫙~ 뽑아 입고 나타난 정도다. 한글로 그림을 그렸으니 드로잉치고 국적은 있는 셈인데, 미학적으로 심히 불안정한, 혈통을 알 수 없는 잡종 드로잉이다. 춤으로 치면 막춤이라고나 할까.
그렇다! 그의 그림을 보면 사람들 앞에서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막춤을 당당하고 천연덕스럽게 잘 추는 얼굴 두꺼운 아마추어 댄스를 보는 것 같다.

얌전하던 사람이 언제부터인가 온 세상이 그의 무대 미술인 양 시간과 때를 가리지 않고 펼치는 막춤의 공습에 -『희랍인 조르바』정도면 말을 안 한다- 동행인들은 처음에는 당혹스러워 하다가 어느새 길들여지지 않은 춤꾼의 몸 사위에 술술 넘어가게 되는데, 우리는 그를 제도권에서는 볼 수 없는 관계로 프로가 아닌 고수라 명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기법적으로 그의 그림에 나타나는 일관성 없는 선과 거기에 굴하지 않는 당당함이 고수스럽지 않은가! (중략) _ 이름



ps:충정각은 레스토랑 겸 갤러리 입니다. 박동수작가의 사랑에 관한 작품 20여점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있다면 그(녀)와 이곳을 방문해 보세요.

충정각_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충정로 3가 360-22 약도 관람시간 오전10시-오후7시            
chungjeonggak.com         010.2846.2093


아트


신저


WRITTEN BY
두눈
당신의 마음이 예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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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람들은 죽을걸 알면서도 살잖아 .사랑은 원래 유치한거에요
  2. 태양이 바다에 미광을 비추면,나는 너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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