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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아들의 작품을 보러 오신 아버지-제4회 우정과 환대의 예술제[질문의 온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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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아들의 작품을 보러 오신 아버지-제4회 우정과 환대의 예술제[질문의 온도]

실천예술가두눈 2022. 10. 28. 16:03

10년만에 아들의 작품을 보러 오신 아버지.

2007년 석사학위 청구전에서 아버지가 축하하러 오신 손님들에게 건배사로 "손톱 작업은 이제 그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라고 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서울 생활은 그만하고 본가가 있는 김해로 와서 금속공예 일을 하길 바라시는데 마침 서울에 볼일이 있어 오셨다가 [질문의 온도: 불편한 시간에 대한 열여섯 개의 답변] 전을 보러 오셨습니다.
 메세나폴리스에서 예술 유목했을 때 저의 작품을 보신 후 10년 만입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작품이라 그런지 손끝 작품들이 전시된 공간은 지나쳐 가셨다가 제 작품은 어디에 있냐 물으셔서 안내해 드리니 1분 정도 보시고는 아무 말 없이 다른 작가의 작품을 이어 보셨습니다.
아버지는 무겁고 단단한 쇠를 최종 재료로 작업하시고 저는 사는 동안 신체에서 끝없이 생산되는 것 중 가볍지만 가장 단단한 것으로 작업합니다.
어릴 적 아버지 일을 돕고 때 낀 손톱이 부끄러웠지만, 노동을 증명하는 손톱은 진솔한 것임을 작업하면서 깨닫게 되었고 부산물이 낀 손톱이 가치 있게 느껴졌습니다.

2008년 이런 경험을 논문에 썼고 읽어 보신 아버지는 어릴 적에 일을 시켜서 손톱 작업에 빠진 거라 여겨 한스럽다 하셨습니다.
14년 전쯤 손톱 작업을 계속하겠다는 말에 "네 살아생전에 빛을 못 볼 것이다"라고 하신 아버지 눈에는 여전히 제 작품이 보잘것없이 느껴지나 봅니다.

논문 심사 때, 논문 통과를 반대 하기도 한 지도 교수님이 이 논문은 네가 쓴 것이라며, "손톱으로 작업 할 수 있지만 미학적인 가치가 없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 말을 흘려듣지 않고 잘린 손톱에 부여한 상징적 의미를 시각화하는데 더 고민해서 작업했었더라면 아버지도 저의 작품을 달리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대학원 시절 한일교류전에 참여해 각자의 작품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디자인을 전공한 분이 "말이 작품을 먹는다"라고 하셨지만 저는 손톱 작품을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까지도 작품의 의미를 말씀드립니다. 이번 전시에서 만난 관람객에게 작품의 의미를 말씀드리면 손톱 작업을 계속하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는 분들이 여럿 있었고 마침 손톱이 길면 기꺼이 기부도 해 주셨습니다.
 작은 삶의 흔적들이 아버지에게도 존중받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저의 색으로 삶을 물들이며 기부받은 손끝들을 이어 붙여야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해 봅니다.

아들을 서울로 보낸 것을 후회하는 아버지께서 전시장을 찾은 이유는  아버지 일을  맡아 하게 하려고 또다시 설득하여 오신 것이었습니다.
저의 답변은 변함없이 손톱 작업을 지속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손가락을 잃어가며 무딘 쇠로 반세기 이상 작업하신 집념을 제가 물려받았기에 손톱 작업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언젠가 어버지의 금속공예 작품과 저의 손톱 작품을 한 공간에서 선보이는 부자전도 펼쳐질 날을 소망해 봅니다.

결국 극과 극은 통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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